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그야말로 기승전 ‘용혜인’이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온국민이 난리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 이래로 여의도 정치판을 이토록 뒤흔든 청년 정치인이 있었을까. 없었다. 여의도 국회의 주인공은 보통 50대 안팎의 중장년 남성이다. 지난 8월 30일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한 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정치적 신데렐라’로 만들었다. 군소정당 출신의 90년생 비례대표 재선 의원은 헌정사상 첫 30대 여성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전국적인 유명인사로 급부상했다.
◇용혜인 지명 이후 여론 악화…2030세대 ‘李대통령 지지율’도 급락세 이 대통령의 8.30 개각은 사실 통큰 승부수였다. 8.17 전대 과정에서 불거졌던 범여권 핵심 지지층의 분열을 통합할 히든카드였다. 친문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 정무특보에, 이혜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청와대 AI미래수석에 낙점한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용혜인 후보자의 발탁을 통해 청년과 여성을 챙긴다는 상징성도 고려했다. 더구나 용혜인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의원직을 승계받는다는 점에 주목해 유시민 작가와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무리수였을까. 결과적으로 용혜인 카드로 모든 게 뒤집어졌다. 여론은 너무나도 냉담했다. ‘비례대표 2번에 장관직’은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용혜인 후보자가 비례대표 의원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모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갔다. 또 과거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했던 노동당 비선조직인 ‘언더조직’ 출신이라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민심은 용혜인 후보자의 내로남불에 ‘조국사태 시즌2’라는 정치적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선택은 묘수가 아닌 악수였다. 한국갤럽의 9월 1주차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40%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에 인사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1위 부동산 정책(23%), 2위 경제·민생(11%)에 3위 인사(9%) 등의 순이었다. 8월 4주차 조사에서는 이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에 ‘인사’는 전혀 포함되지도 않던 항목이었다. 지난주 일요일인 8월 30일 개각 발표가 났고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이번주 화수목인 9월 1~3일 실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용혜인 악재’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9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지지율이 각각 5% 안팎으로 폭락했다는 것이다. 8월 4주차와 비교하면 20대 지지율은 31%에서 25%로 6%포인트, 30대 지지율은 35%에서 31%로 4%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이른바 ‘용혜인 논란’에 이대남·이대녀 구분없이 청년세대 전체가 이재명 정부에 등을 돌린 셈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층 구조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50세대 전체와 20·30세대 여성의 연합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민주당 안팎도 “방어 어려워” 볼멘소리…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만 남았나?민주당은 너무나 곤혹스럽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폭발 일보 직전의 한계상황이다. “더 이상 방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는 게 소속 의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김민석 대표조차 용혜인 후보자 논란과 관련, “많은 우려와 비판을 듣고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용혜인 논란’을 방어할 정치적 우군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말할 것도 없고 정의당과 여성계 등 진보진영의 비판도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우당(友黨)인 조국혁신당조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용혜인 후보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사태를 관망 중이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카드는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용혜인 후보자의 자진사퇴다. 만일 거부한다면 청와대는 읍참마속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 중도실용 기조를 이유로 보수정당 3선 출신인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파격 발탁했다가 여론악화를 이유로 지명철회에 나선 것과 유사하다.
아울러 반드시 살펴야 할 점은 청와대 인사검증의 적절성이다. 용혜인 후보자가 군소정당의 재선 비례대표라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장관직을 수행할 경우 의원직 유지 여부를 왜 체크하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 눈높이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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