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버티는 AI 랠리…"美10년물 6%땐 랠리 붕괴"

입력시간 | 2026.10.05 10:18 | 김윤지 기자 | jay3@edaily.co.kr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에도 증시를 떠받치고 있지만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69%까지 올랐고, 10년물 금리도 5.3%를 넘어섰다. 두 금리가 이 수준에 오른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그럼에도 기술주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이달 2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올해 8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큰 차이가 없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매트 스터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예전 같았으면 장기채 금리 5%가 한계라고 했겠지만 이제 그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고금리 충격에도 AI 랠리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빅테크의 강한 실적 기대가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술 업종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6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에너지 업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기술주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S&P500 기업 전체 EPS도 2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대로라면 S&P500의 EPS는 3개 분기 연속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AI는 지난 3년간 증시, 특히 기술주 상승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AI 투자를 확대하는 빅테크 주가가 오르는 동시에 반도체업체와 데이터센터 건설업체 등 관련 기업들의 매출도 급증하면서 시장 전반에 선순환이 형성됐다.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빅테크의 자금 조달 구조가 과거보다 금리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마호니 자산운용의 켄 마호니 최고경영자(CEO)는 “금리에 민감한 종목들은 이미 압박을 받고 있다”며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결국 모든 주식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수준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어느 수준부터 금리가 기업 실적 기대를 압도하고 주가를 끌어내리느냐다.

스터키 매니저는 “역사적으로 보면 10년물 국채 금리가 약 1%포인트 움직이면 밸류에이션과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며 “단순하게 말하면 금리가 여기서 더 올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직전 5%를 넘었던 것은 2023년이었다. 당시에도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S&P500은 연간 24% 상승했다. 당시 랠리를 지탱한 핵심 요인은 주요 빅테크들의 막대한 현금과 낮은 부채 비율이었다. 차입 비용이 높아져도 버틸 수 있는 재무 여력이 충분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대형 기술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주식을 매각하는 등 외부 자금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는 모두 연간 기준 자유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로버트 시프먼 애널리스트는 “AI 인프라 확장 초기만 해도 이 기업들은 재무적으로 상당한 유연성을 갖췄고 신용도도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며 “지금은 메타,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현금 수요가 내부 현금 창출 능력을 크게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이들은 부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향후 2년간 레버리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투자 확대가 기술주 랠리를 떠받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빅테크를 고금리에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과 고유가, 끈질긴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함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 요인이 장기 금리를 추가로 밀어 올릴 경우 AI 랠리의 실적 기대만으로 이를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크리스 갈리포 프랭클린템플턴 인스티튜트 수석 시장전략가는 “S&P500을 지수 차원에서 보면 수면 위에 떠 있는 벡조와 같다”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발을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0년물 국채 금리가 6%까지 오른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채 고금리가 지속되거나 금리가 추가 상승해 기술주의 상승세가 꺾일 경우 충격은 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마호니 CEO는 “기술주가 무너지고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훨씬 더 많은 종목들이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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