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명절에 용돈을 받던 꼬꼬마 시절은 다 지났다. 다 큰 직장인이 됐으니 부모님께 성의를 보여야 하는 법. 자그마한 선물부터 10만원, 20만원 용돈까지 마음을 전하는 법은 다양하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처지에서 500만원, 1000만원 단위의 통 큰 용돈을 드리는 건 꿈꾸기 어렵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통 큰 효도에 세금이 붙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 처음으로 고액의 용돈을 드린다면 당장 낼 세금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와 치료비, 교육비 등에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아서다. 다만 부모가 받은 돈으로 예금이나 주식에 넣었다면 순수한 용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생활비 명목이라면 금액에 상관없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그렇지 않다면 10년간 5000만원 이하의 용돈에만 세금을 면제받는다.

핵심은 돈의 이름보다는 실제 사용처다. 계좌이체 내역에 ‘추석 용돈’이나 ‘생활비’라고 적었다고 끝은 아니다.
자녀가 매년 설과 추석에 각각 500만원씩 부모에게 드렸다고 가정해보자. 1년에 1000만원, 10년이면 총 1억원이다. 부모가 받은 돈으로 장을 보고 관리비와 병원비를 냈다면 생활비로 인정될 수 있다.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쓰지 않고 정기예금에 가입하거나 주식·부동산을 사는 데 보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속세법 제53조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 등 직계비속에게 받은 재산은 10년간 50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10년간 받은 1억원 중 생활비 명목으로 사용한 게 없다면, 5000만원을 뺀 나머지 5000만원이 과세 대상이 되는 식이다.
국세청도 유권해석을 통해 비과세되는 생활비는 필요할 때마다 받아 해당 비용에 직접 사용한 돈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받았더라도 예·적금하거나 주식·토지·주택 매입에 사용했다면 비과세 생활비로 보지 않는다.
부모와 자녀의 경제적 형편도 중요하다. 부모에게 충분한 소득과 재산이 있는데 자녀가 거액을 정기적으로 보냈다면 단순한 부양 목적의 생활비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국세청은 자녀의 직업과 연령, 소득·재산 상태 등 구체적인 사실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추석 처음으로 부모에게 1000만원을 드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실제 생활비로 사용하고 부양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비과세 생활비가 될 수 있다. 생활비가 아닌 일반 증여로 보더라도 최근 10년간 자녀에게 받은 다른 재산이 없다면 5000만원 공제 한도 안에 들어 납부할 증여세는 없다.
이성호 세무법인 리치 대표세무사는 “결국 부모가 받은 돈이 실제 생활비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생활비로 사용하면 증여세가 비과세될 수 있지만 재산 축적 용도로 활용하면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효도에 세금을 매긴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만 통 큰 용돈일수록 ‘얼마를 줬는지’만큼 ‘어디에 썼는지’를 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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