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힐스테이트뉴포레 전용면적 59㎡에 사는 세입자 A씨는 지난 8월 이전 계약 대비 33.3%(1억 7500만원) 오른 7억원에 전세 재계약을 맺었다. 전세 매물이 품귀인데다 공급난으로 신축 매물 인기가 끌면서 전셋값이 급등한 탓이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으나 이사갈 집이 마땅치 않은데다 같은 단지에 비슷한 평수가 한달 전에 7억 3000만원, 7억 6000만원에 재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3개월간 서울 전세 갱신 9할은 ‘웃돈’서울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기존 집에 그대로 살기 위해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 10명 중 9명은 이전보다 높은 보증금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전세계약보다 갱신계약 비중도 커지고 있어 전셋값 상승 압력이 기존 세입자에게까지 본격적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이데일리가 국토교통부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8월 서울에서 종전 전세계약을 다시 전세로 갱신한 계약은 1만358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종전보다 보증금이 오른 계약은 1만2169건으로 전체의 89.6%를 차지했다. 갱신 전세 10건 가운데 9건꼴로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한 셈이다.
계약갱신권을 이미 소진했거나 사용하지 않아 보증금이 두자릿수 인상하는 사례도 보편화되고 있다. 종전보다 보증금이 10% 넘게 오른 계약 비중은 12.6%로 최근 갱신 전세계약 8건 중 1건에 달했다.
보증금을 늘리면서도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것은 최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게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 등이 전세 매물 감소를 부추기면서 갱신 수요를 키운 요인으로 보고 있다. 마땅한 신규 주거지를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더 주고서라도 계약 갱신에 나서도 있다는 것이다.
◇이사비 ‘쑥’…외곽부터 번진 부담치솟는 전셋값이 임대차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모양새다. 지난해 전체 전세 갱신계약 가운데 13.1%를 차지했던 ‘보증금 감액 및 동결’ 계약 비중은 올해 1~8월 11.7%로 낮아졌다. 세입자들의 이삿짐 싸기도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전용면적 84㎡대 순수 전세 기준 신규계약과 갱신계약의 평균 보증금 격차는 지난해 5517만원에서 올들어 9154만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연간 평균과 비교하면 ‘전세 갈아타기’에 필요한 추가 보증금 격차가 두배 가까이 벌어진 셈이다.
전체 전세 거래중 갱신 계약 비중은 지난해 42.1%였으나 올해 1~8월 50.7%로 높아졌다. 최근 3개월(6~8월)에는 53.8%까지 상승했다. 살던 집에 계속 살겠다는 세입자 비중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보증금 인상분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오르는 전세금을 대출로 감당하려 해도, 최근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시중은행들이 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올리고 있어 세입자의 선택지는 더 좁아지는 형국이다. 올해 들어 전세를 살다가 재계약 때 월세를 새로 끼게 된 이른바 ‘반전세 전환’ 가구는 3043건으로, 전년 동기(2791건) 대비 9.0% 늘었다.
전셋값 상승 흐름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는 중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6곳에서 보증금 인상계약 비중이 높아졌다. 노원·도봉·성북 등 서울 외곽 및 동북권에서 재계약 부담 확대가 두드러져 노원구는 79.9%에서 87.3%, 도봉구는 81.0%에서 85.6%, 성북구는 85.5%에서 90.7%로 상승했다.
갱신계약 한 건당 평균 보증금 증감액도 노원구는 지난해 1542만원에서 올해 1884만원으로, 도봉구는 1436만원에서 1915만원으로 확대됐다. 성북구 역시 2279만원에서 3016만원으로 커졌다. 반면 강남구는 5474만원에서 4867만원, 서초구는 5439만원에서 4795만원으로 평균 증액 규모가 줄었다. 고가주택 밀집지역보다 외곽에서 갱신 보증금 부담의 증가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고 월세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정부의 의도와 달리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 상황이 더 아우성치는 상황인 만큼 정책기조를 재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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