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가족이니까" 명절 한복 완판…아동 한복집은 '한숨'

입력시간 | 2026.09.21 05:45 | 김태섭 기자 | seop@edaily.co.kr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김태섭 수습기자] 2년 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두 마리의 반려견을 입양한 김해린(25) 씨는 추석을 앞두고 한복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반려견이 입을 한복이다. 김 씨는 “지난 명절에도 강아지들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복을 입혔다”며 “온 가족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아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새 많이 자란 강아지를 위해 이번 추석에도 한복을 구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석 대목을 앞둔 한복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려동물용 한복 업체들은 명절 특수에 추가 발주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동 한복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해린(25) 씨의 반려견 유자(5)와 쫀쫀이(2). (사진=독자 제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해린(25) 씨의 반려견 유자(5)와 쫀쫀이(2). (사진=독자 제공)

◇강아지도 ‘명절 분위기’… 반려동물 한복 인기

김씨 사례처럼 반려동물 한복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용품 플랫폼 ‘리토가토’를 운영하는 권민서 대표는 “지난해 추석에 반려동물 한복으로만 6000만원 정도의 매출액을 올렸다”며 “이번 추석에도 초기물량 3000벌에 이어 추가 발주도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한복 시장의 성장세가 아동 한복 시장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추석 반려동물 한복 매출은 유아 한복의 3분의 1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설 이후 유아 한복 매출을 추월했다.

실제 중고 시장에서도 아동 한복보다 반려동물 한복을 찾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강아지 한복의 거래량은 2024년 추석보다 84.9% 증가했다. 동일 기간 아동 한복 거래량은 14.8% 상승에 그쳤다.

1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거리 내 구관한복부에 손님이 없어 조용한 모습.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거리 내 구관한복부에 손님이 없어 조용한 모습. (사진=김태섭 수습기자)

◇“원래 대목인데”...아동 한복시장엔 한숨만

명절을 앞두고 특수를 누리던 아동 한복시장은 분위기가 상반된다. 지난 18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거리는 조용했다. 몇몇 외국인들이 형형색색 진열된 원단을 구경하며 감탄했지만 이들은 금세 먹거리가 모인 먹자골목 쪽으로 이동했다.

광장시장에서 35년째 아동 한복을 판매하고 있는 임모(78) 씨의 가게에는 수백 벌의 아동 한복이 쌓여 있다. 임씨는 “과거 명절 전이었다면 여기 쌓인 옷들이 전부 빠졌어야 했다”며 “2~3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정도밖에 팔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명절 대목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복시장 상인도 대목은커녕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40년째 광장시장에서 한복을 판매하고 있는 박모(80) 씨는 “원래 이때쯤이면 엄마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구경이라도 왔다”며 “오늘은 오전 내내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한복산업은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한복산업 사업체 수는 2010년 5287개에서 2020년 3608개로 31.8% 감소했다. 한국한복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한복업계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문을 닫는 업체가 많다 보니 한복에 쓰이는 비단인 명주 생산 등 기초 산업들도 함께 쇠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반려동물을 동물이 아닌 가족처럼 대하고 존중하는 ‘펫휴머니제이션’ 현상으로 설명했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이벤트성 소비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며 “사람의 소비 기준을 반려동물에 투영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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