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올려도 안 막힌다”…중국차에 현대차·기아 긴장하는 이유

입력시간 | 2026.10.19 05:00 | 김형욱 기자 | nero@edaily.co.kr

지난 7월 브라질 바이아주 카마사리에 있는 BYD 공장에서 현지 생산 10만번째 차량인 ‘돌핀 미니’가 출고되고 있다. (사진=BYD)

지난 7월 브라질 바이아주 카마사리에 있는 BYD 공장에서 현지 생산 10만번째 차량인 ‘돌핀 미니’가 출고되고 있다. (사진=BYD)

[이데일리 김형욱 김혜선 기자] 전기차에 관세 장벽이 생기면 하이브리드로 전환하고, 완성차 수입 규제가 높아지는 곳에서는 현지 직접 생산을 추진한다. 러시아처럼 서방의 경제 제재로 현대차·기아가 철수한 시장은 기존 내연기관차로 판로를 넓힌다. 여러 동력원과 생산 거점을 동시에 활용하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무차별 글로벌 진출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를 필두로 한 한국차 입장에서는 미국 관세 부담에 더해 유럽 통상 규제 불확실성, 신흥시장 경쟁 심화 등 중국발(發) 삼중 압박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막히자 하이브리드로

18일 이데일리가 중국 해관총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중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출은 126만 6537대로 전년 동기보다 121.7% 폭증했다. 일반 하이브리드차 역시 54만 1186대로 88.3% 확 늘었다.

그 배경에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한 주요국들의 규제 강화가 있다. 중국차의 초기 해외시장 공략은 순수 전기차에 집중됐다.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서자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 장악에 나섰다. 그 결과 2020년 한해 5만대(저가 소형전기차 제외)였던 중국산 전기차 수출대수는 3년 만인 2023년 122만대로 무려 24배 늘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을 잠식 당하자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차는 이를 PHEV를 앞세워 우회했다. 중국의 PHEV 수출이 갑자기 폭증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EU가 하이브리드 추가 규제까지 나서자, 중국 업체들은 제3시장을 타깃으로 시장 확대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태국엔 전기차, 영국엔 PHEV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처럼 각 지역의 규제와 환경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영국에선 전기차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해 PHEV를 내놓고, 태국처럼 규제가 약한 지역에선 순수 전기차를 앞세워 정면 돌파하고 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8월 대(對)영국 PHEV 수출대수는 13만 3077대로 전년 대비 무려 211.8%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태국 순수 전기차 수출대수는 16만 6863대로 전년대비 107.9%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순수 전기차(저가·소형 차종 포함) 수출은 52.8% 늘었다.

무주공산이 된 러시아 같은 지역에선 가솔린차를 앞세우고 있다. 올해 1~8월 중국의 대러시아 가솔린차 수출은 56만 2536대로 124.6% 확 늘었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은 41%에 이른다. 러·우 전쟁 이후 현대차·기아 등의 생산·공급 축소로 생긴 빈자리를 불과 2~3년 만에 중국 브랜드들이 차지한 것이다.

◇관세 부담 줄이는 현지화도 속도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현지 직접 생산이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각국의 여러 규제 칼날들을 일거에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지리는 르노와의 브라질 합작사 현지 공장에서 신모델 생산을 시작했고, BYD 역시 최근 브라질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BYD와 창안은 2024~2025년 태국에 공장을 열었고 체리는 남아공의 옛 닛산 로슬린 공장을 인수해 내년 중반 가동을 목표로 설비를 정비 중이다.

유럽에서도 체리가 옛 닛산 바르셀로나 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지리가 올해 7월 포드와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 활용에 합의했다. BYD는 이르면 올 연말께 헝가리 세게드 완성차 조립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프랑스 생산거점 확보도 추진 중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차는 이제 중국산 전기차가 아니라 유럽산 중국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창안자동차의 태국 라용 공장 생산라인. 창안은 지난해 5월 이 공장을 열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생산에 나섰다. (사진=창안)

중국 창안자동차의 태국 라용 공장 생산라인. 창안은 지난해 5월 이 공장을 열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생산에 나섰다. (사진=창안)

◇美·EU 규제 기회이지만…“원가구조 개선 절실”

미국과 EU의 중국차 규제 강화 기조는 한국차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융단폭격’ 수준의 중국차 우회 전략을 고려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고, 그 사이 중국과 경쟁을 위해 원가 구조 혁신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 역시 적지 않다.

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EU연구소장)는 “미국과 EU의 규제는 한국차에 일정한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동안 자체 경쟁력을 얼마나 강화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차의 진입이 제한된 인도 내 거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일전’을 대비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2032년까지 약 155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현지 시장 공략에 더해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도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한 제3국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현대차·기아 중국법인 중국 시장 공략의 거점에서 제3국 수출 거점으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차는 가격뿐 아니라 배터리, 전자제어, 소프트웨어, 차량 내 디지털 서비스까지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2~3년을 경쟁력 확보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기술과 원가 구조를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 이데일리TV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