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불꽃은 공짜다. 그런데 불꽃이 잘 보이는 의자는 30만원이다. 그래도 30초 만에 팔렸다. 이상한 장사는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돈을 낸 건 밤하늘의 불꽃이 아니라, 그 불꽃을 보기 위해 견뎌야 했던 기다림과 자리싸움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이른바 ‘불꽃 명당’이 상품이 되고 있다. 스타벅스 여의도한강공원점이 판매한 불꽃축제 좌석 패키지는 2인 기준 20만~30만원. 한강이 정면으로 보이는 ‘골든뷰존’은 30만원에 달했지만 준비한 27개 패키지는 판매 시작 30초 만에 모두 팔렸다. 좌석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6시부터 9시30분까지 3시간30분이다. 음료와 푸드, 텀블러 등 상품이 포함돼 있지만 소비자들이 앞다퉈 결제한 이유는 결국 하나다. 앉아서 불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꽃 앞에서 지갑이 열리는 곳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인근 애슐리퀸즈가 내놓은 불꽃축제 관람 좌석 170석도 예약을 시작한 지 2분 만에 동났다. 일부 상품은 2인 기준 69만원이다. 한강변 호텔 숙박료는 200만~300만원대로 뛰었고 500만원대 패키지까지 등장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축제를 조금 더 편하게 보기 위해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쓰는 셈이다.
예전 불꽃놀이의 명당은 돈보다 부지런함에 가까웠다. 남들보다 일찍 한강에 도착해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지키면 됐다. 이제 그 공식에 돈이 끼어들었다. 몇 시간 먼저 움직이고, 자리를 맡고, 인파 속에서 버티는 과정을 한 번의 결제로 건너뛴다. ‘좋은 자리’를 산 것 같지만 실은 그 자리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산 셈이다.
여기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숨어 있다. 1년에 한 번뿐인 불꽃축제에 갔는데 앞사람 머리만 보다 돌아오거나,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시야가 가리는 자리를 잡는다면 낭패다. 30만원은 비싸지만 적어도 ‘잘 보인다’는 결과는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가 돈으로 지우는 것은 기다림뿐 아니라 이런 불확실성까지다.
그래서 요즘 명당은 장소가 아니라 상품이 된다.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에 돈을 내는 게 아까워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돈으로 가장 사고 싶은 것이 뚜렷해진 시대다. 시간을 아끼고, 고생을 줄이고, 실패할 가능성까지 없애는 것. 불꽃은 몇 분이면 사라지지만 그 몇 분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 지갑은 먼저 열린다.
어쩌면 올해 불꽃축제에서 가장 비싼 것은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돗자리를 들고 뛰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고 “여기서 잘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확신. 우리는 불꽃을 산 게 아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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