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 체계 재정비에 나선다.
대출·채무조정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복잡한 제도와 신청 절차 때문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내년도 관련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
◇예산 심사 과정서 서민금융 지원 대상 확대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다음 달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서민금융 사업의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혜택 대상을 넓힐 방침이다. 이번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3대(주거·일자리·서민금융) 핵심 사회 분야 중 하나로 서민금융을 지목해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만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른 사업의 감액 재원이 발생하면 이를 통해 서민금융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출자·출연 예산을 증액하는 방식이다.
서민금융 기관이 손실을 보게 되면 건전성이 악화하는 만큼, 기획처의 국회 증액 동의권을 활용해 이자 부담 경감과 대위변제 여력을 늘려주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 예산안에 이미 담긴 서민금융 상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핀셋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예산안을 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혜자와 지원 방식을 바꿔 새 제도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도다.
◇청년, 소상공인 대상 상품 제도 조정개편 대상은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K-민생지킴대출’과 ‘청년기회자금’, 장기연체자 대상 ‘특별 채무조정’ 등이다. 예산 규모를 늘리는 데 더해 상품별 지원 기준을 조정해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신용하위 50%를 대상으로 하는 ‘K-민생지킴대출’은 100만원을 빌려준 뒤 성실하게 갚는 사람에게 추가 대출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정부는 신용도 등 신청 요건을 완화해 더 많은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취업이나 창업을 할 때까지 이자를 면제해 주는 청년기회자금 역시 지원 대상 확대가 검토된다. 취업이나 창업을 할 때까지 이자를 면제해 주는 상품으로, 지원이 필요한 청년이 요건에 막혀 배제되지 않도록 세부 기준을 다듬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을 위한 장기연체 특별 채무조정은 지원 대상이 되는 연체 기간 등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3년 이상 연체’와 ‘5년 이상 연체’ 가운데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지원 범위가 달라지는 만큼, 세부 요건을 조정해 혜택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신규 사업들이라도 국회 단계에서 세부 지원 기준을 유연하게 완화해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 요건 완화와 더불어, ‘아는 사람만 혜택을 받는’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손볼 방침이다. 정책이 쏟아져도 정작 도움이 절실한 수요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도 접근성을 개선해야 할 사례로 꼽힌다. 채권 추심에 시달리거나 집과 사업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채무자가 스스로 지원 제도를 찾아 자격과 채무 현황을 확인하고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런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체 기준을 현실화하고 운영 체계와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손질에 나설 계획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오는 12일 중앙 서민금융지원센터 현장을 방문해 서민금융 지원 체계 개편의 방향성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박 장관은 서민금융 제도 대안 마련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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