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정부가 지방 국립대 육성과 등록금 지원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202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지방 국립대와 지방 사립대의 희비가 갈렸다. 지거국과 지거국 외 지방 국립대 지원자는 전년보다 각각 5.2%, 12.6% 늘었지만 지방 사립대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지거국과 지방 국립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전액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으로 지거국 지원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거국·지방 국립대 지원자 ‘껑충’…사립대는 소폭 증가1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거국 9곳의 2027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3만 2910명 모집에 29만 4725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8.96대 1을 기록했다. 모집인원은 전년 대비 1.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지원자가 5.2% 늘면서 경쟁률도 전년 8.65대 1보다 상승했다.
지원자와 경쟁률 증가는 지거국 외 12개 지방 국립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지방 국립대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으로 2만 1570명을 모집했으며 15만 4424명이 지원해 7.16대 1의 경쟁률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해 모집인원은 1.3% 늘었지만 지원자는 12.6% 증가하면서 경쟁률도 전년 6.44대 1보다 상승했다.
지방 사립대 65곳도 지원자가 늘고 경쟁률이 올랐지만 증가폭은 지거국·지방 국립대보다 작았다. 지방 사립대는 2027학년도 수시로 11만 268명을 모집했으며 63만 9285명이 지원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모집인원은 0.3% 감소했고 지원자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평균 경쟁률도 전년도 5.75대 1에서 2027학년도 5.8대 1로 상승폭이 작았다.
2027학년도 수시모집의 지거국·지방 국립대 지원자 증가폭은 2022~2026학년도와 비교해도 두드러졌다. 2022~2026학년도 수시의 지거국 연평균 지원자 증가율은 3.6%인데 2026학년도 대비 2027학년도 지원자 증가율(5.2%)은 이보다 높았다. 지거국 외 지방 국립대도 2022~2026학년도 수시 연평균 지원자 증가율은 7.1%였으나 2026학년도 대비 2027학년도 지원자 증가율(12.6%)은 이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지방 사립대는 2027학년도 들어 지원자 증가율이 꺾였다. 2022~2026학년도 수시의 연평균 지원자 증가율은 2.8%였으나 2026학년도 대비 2027학년도 지원자 증가율은 0.5%에 불과했다.
◇“지방 국립대 ‘무상교육’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효과”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방 국립대 지원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 국립대 재정 지원이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지거국을 포함해 지방의 국립대에 입학하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내년에 2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이후에도 매년 약 2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2030년에는 1~4학년의 모든 학생이 등록금 무상 혜택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통해 지거국에 예산을 지원하고 이로써 지거국 9곳의 경쟁력을 서울대 수준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부산대·충남대·전남대를 1차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상태이며 부산대와 충남대, 전남대의 2027학년도 수시 지원자는 전년 대비 각각 19%, 8.6%, 5.1%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 국립대 등록금 지원 등 정부 정책이 지방권 소재 국립대의 지원자 증가와 지방 사립대 지원 증가 둔화에 영향을 줬다”며 “이러한 지원 격차는 향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 국립대 등록금 지원이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사립대들 반발 “지역대학 공정한 경쟁 저해”사립대들은 국립대 위주의 정부 지원이 지방 사립대를 죽이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립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나면서 지방 사립대들은 신입생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사총협은 “지방대학과 지역인재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방 국립대와 지방 사립대 간 지원 격차는 지역대학 사이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역을 떠받치는 근간은 중소도시에 둥지를 튼 지방 사립대인 만큼 지방 사립대를 홀대하는 정책은 지역대학의 위기와 지역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 정책을 강요하더니 지난해에는 등록금 인상 한도를 최근 3년간 물가인상률의 1.5배에서 1.2배로 낮추는 등 사립대 운영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며 “모든 지역대학이 공정한 여건에서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립대 중심의 등록금 전액 지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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