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다시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참 시간이 지난 뒤 ‘그때 왜 투자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게 거의 확실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한국 시장의 재평가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 경제는 회복과 정상화를 넘어 새로운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래리 핑크 블랙록 CEO와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회장 겸 CEO,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브루스 플랫 브룩필드 CEO, 엠마누엘 로만 핌코 CEO 등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도 이형일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박일영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SK·현대차그룹·LG CNS·한화오션·두산에너빌리티 등의 경영진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한국 증시의 재평가 가능성을 언급했던 점을 상기하며 “그때쯤 투자 결정을 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평가액 증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기록했고 글로벌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 후반대로 높이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강조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책도 투자 유치 카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7대 SEED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향후 5년 안에 메모리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AI 핵심 공급망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의 고질적인 불만으로 꼽혀온 자본·외환시장 제도도 손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세 차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을 도입했다고 설명한 뒤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이제 저평가를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환시장을 24시간 거래체계로 전환해 런던과 뉴욕 시간대에도 원화 거래와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자본·외환시장 개혁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경제·산업 협력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원천기술·자본·시장과 한국의 제조·공급 역량이 결합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조선 분야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선 협력을 논의한 사실도 직접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어젯밤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중 하나가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분야 협력이었다”며 “조금 더 실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보인 의제는 조선협력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 측에서 많은 관심을 보인 이슈 중 하나는 조선 협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심을 표시했고 양측이 후속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방안은 미국법상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미국법은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성을 인정해 예외를 허용할 수 있지만, 의회에 통보하고 30일이 지나야 계약할 수 있다. 미 조선소에 대한 투자와 현지 인력 양성, 함정의 건조 장소도 후속 협의에서 검토할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서로의 산업과 경제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파트너”라며 “대한민국의 성장과 대도약의 투자자로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발언 말미에도 “오늘 과감한 논의와 결정을 부탁드린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투자를 거듭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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